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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썰

대구 비슬산 향 배우러 다녀온 썰

By 2020년 8월 6일4월 8th, 2022No Comments1 min read

선선한 7월, 대구 비슬산 풍경

날씨가 무척 좋던 지난 주말, 대구에 다녀왔다. 작년에 운전 면허를 따고 10,000km 넘게 달렸지만 이번처럼 장거리 주행을 해본적이 없어서 약간은 긴장했다. 대구는 좀 더운가 싶었는데 서울만큼이나 하늘이 맑았고 공기는 쾌청했다.

맑은 날씨의 대구

이번 대구 여행에는 ‘스님에게 향 배우기’ 라는 확실한 목적이 있었다. 비슬산에 가면 향을 직접 만들어 태우시는 스님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스무살부터 마냥 좋아 10년을 넘게 태워온 향. 어쩌다보니 지난 3년간 인센스홀더를 만들어 파는 일을 하고있는데 정작 판매하는 향은 최근에 들여온 인도산 나그참파 하나뿐이다. 나도 나그참파만 줄창 태운지가 오래되었지만 사실 차를 좋아하듯 향도 좋아하니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으니 망설이지 않고 내려갈 채비를 했다.

 

2020년 여름. 비슬산 성도암의 모습

​비슬산 성도암

180년이 된 화전민의 집이라는 흙집 암자. 날씨는 여전히 좋았지만 그늘 아래 숨을 곳 없이 내리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니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불상이 모습을 드러냈고 가까이 갈수록 그 크기와 위엄에 탄성이 나왔다.

 

2020년 여름. 비슬산 성도암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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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여름. 비슬산 성도암의 모습

​자그마치 180년 나이의 초가는 옛 지붕을 잃고 비닐 머리를 하고있다. 전화로 연락을 드리지도 못했고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갔다. 스님이 안계시는 상황도 예상했지만 서울에 가셨다는 공양주 선생님의 말씀에 가슴이 철렁했다. 다행히 나는 대구에 숙소를 잡아놨고, 내일 다시 오면 스님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동안의 긴장감 대신 즐거움이 차올랐다.


향을 배우러 스님 만나다

다음날 방문했을 때도 날이 맑았다. 가야산이 멀리 시야에 들어왔고 평상에 앉으니 맑은 시냇물 소리에 마음이 청명해졌다. 공양주는 내게 차생활을 하시냐 묻더니 알아서 차를 내려 마시라며 채비를 하셨다.

성도암 정자


음. 어떻게 마셔야하나. 다도를 알고 있었지만 남의 찻상을 내가 어루만지려니 영 뭔가를 하기가 어려웠다.

찻상 차대접

무슨 차였더라. 좋은 곰팡이가 핀 차였는데 긴장을해서 찻잎을 조금 넣었다. 곧 스님이 오셨고 내 차맛이 영 싱거우셨는지 금방 좋은 차를 만들어 내어주셨다.

짬이 되는 벌레들은 걸리지 않는 대왕거미줄. 장사가 안된다.

소문을 듣고 향을 배우러 온 사람이 드문드문 있었다고 하셨다. 방법을 알려주시는게 아깝지 않으시냐 물었다. 필요한 사람이 찾아와 20년간 좌충우돌 한 자신의 경험이 더해지면 향에 대해서는 본인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라 말씀하셨다. 여러 곳에 향기가 퍼져 세상이 향기로워지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고.내가 겪은 어려움을 남들은 겪지 않는다면 좋은 일이라고.

법당에서는 언제나 향을 피운다. 그런데 향만 피웠다하면 꺼버리는 스님이 한분 계셨다고 한다. 향 냄새가 싫고 목이 아파 향이 싫다는 스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실제로 향중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향료를 사용하는 제품들이 많으니까. 제대로 된 향을 만들어보자는게 스님의 20년 향 공부를 향한 시작이었다고 한다. 스님을 상대로 사기친 사업가들, 번번히 약속을 어기는 제작소들 이야기는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결국 스스로 길을 찾으며 향 만들기에 무수한 시도를 하셨다는 스님. 이야기가 재미있어 시간 가는줄 몰랐는데 어느덧 해질 무렵이라 다음번 좋은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겠노라 말씀드리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짬이 되는 벌레들은 걸리지 않는 대왕거미줄. 장사가 안된다.
짬이 되는 벌레들은 걸리지 않는 대왕거미줄. 장사가 안된다.

향, 인센스스틱 – 과연 해로운 것인가?

힐링 열풍이 분 것이 어느덧 몇 해 전이다. 아로마테라피(허브, 나무 등에서 추출한 엑스인 에센셜 오일을 이용해 향기를 치료로 활용하는 것)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방향의 범주 외에 몸과 마음에 진정과 이완을 돕는 기능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향기를 만드는 산업이 부흥하면서 덩달아 향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진 것 같다. 향은 심신에 안정과 ‘기분좋아짐’을 선물한다. 이런 부분에서 아로마 테라피와 맥을 함께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문제로 여기는 것은 향을 태울 때 나는 ‘연기’가 과연 괜찮은가 하는 것이다.

시내윤상회 이전 버전의 인센스홀더. 크기는 동일하며, 도면의 모양만 다른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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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윤상회 이전 버전의 인센스홀더. 크기는 동일하며, 도면의 모양만 다른 형태이다.

다도 위에 향도, 향도는 무엇일까?

경험하고 느끼는게 많아질수록, 살림에도 정도正度가 있음을 배운다. 요리에는 정성만큼 좋은 재료가 중요하다는 것, 피부에 편안하고 기본에 충실하며 오래 입을 수 있는 옷감을 선택하는 일, 더럽거나 손이 잘 닫지 않는 곳을 더 깨끗하고 편하게 정리하는 일. 그런 것들. 향을 즐기려면 주변을 정돈하고 악취가 날 만한 환경을 깨끗이 하는 것 부터 시작해야한다.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그 다음이다.

김용택 시인의 시, '달맞이 꽃' 한구절을 새긴 인센스홀더 인센스스틱 인센스추천
김용택 시인의 시, ‘달맞이 꽃’ 한구절을 새긴 인센스홀더

다도라는 분야는 이미 공공연히 한중일 삼국 공통 문화컨텐츠로 자리매김해왓지만 ‘향도’는 들어본 적도 없어 생소하다. 사실 향은 오래 전부터 동양에 자리잡은 문화이고 신라, 백제 시대에 향로는 사치품으로 교역될만큼 상류층에는 향을 즐기는 문화가 팽배했다고 한다. 다도, 향도 하면 왠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위엄이 느껴지기만 사실 차와 향을 즐기기 위한 도구는 (나의 경우,)꽤 간단하다. 도구의 사용이 경직되지 않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명상, 기도, 참선 등 나를 알아가기 위한 방법들은 무수히 많지만 이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방법이 있을까?

이미 있는 방법들이 왜,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살펴보고 넘어가는 것은 중요하지만, 내면의 울림을 찾고, 스스로를 평온하게 하는 목적 아래 그 많은 방법들과 필요 이상의 도구는 존재 가치를 잃는다. 다도와 향도를 즐기는데 너무 좋고 귀한 것만 찾으려는 집착은 마음을 보살피기에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는 생각이다.

본래 동양의 향은 향로와 가루 향을 기본으로 하고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향도의 내용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향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함께 풀어보면 좋을 것 같다.

하늘이 붉게 물들어간다 구름 풍경 대구
하늘이 붉게 물들어간다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길, 석양이 구름 뒤에 가려 환상적인 빛을 뿜어내고있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풍경 구경을 한참 하고있으니 작은 나의 몸이 느껴지고 내 몸 안의 우주도 느껴졌다. 이번 대구 여행은 내 작은 용기가 만들어준 소중한 선물이었다. 너무 과도하게 미래를 생각하거나 과거에 집착해서 괴로워하느라 사서 고생을 했다. 감정과 지금의 기분을 나와 동일시하며 에고에 휘둘려 온 반평생의 시간. 어쨋거나 나는 참나를 받아들이고 현재에 머무는 법을 배우고있다.

석양이 구름 사이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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